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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게 만드는 과정들 │ 최인혜

오롯 Story|2025-08-10|3분 읽기

가능하게 하다, ‘파’


‘가능하다’라는 뜻을 가진 수어를 좋아합니다.

손을 펴서 입 앞에 댔다가 내밀며 짧게 “파” 하고 내뱉는 동작.

농인이 발음 연습을 할 때 특히 어려운 소리 중 하나라서,

이 수어는 단순한 제스처가 아니라 ‘해낼 수 있다’는 의지가 담긴 표현이라고 배웠습니다.

제 이름을 발음대로 읽으면 [이네]입니다.

그래서 종종 ‘가능하게 하다’라는 뜻의 enable [이네이블] 을 닉네임으로 씁니다.

저에게 ‘가능’이라는 단어는 무적처럼 들리지만, ‘가능하게 하다’는 반드시 노력이 필요한 말입니다.

그 과정이 어렵기에 더 매력적이고, 저는 바로 그 과정을 즐기는 사람인 것 같아요.

첫 질문을 품게된 순간


중고등학교 내내 뮤지컬 영상과 음악으로 하루를 보내고,

방학이면 서울로 공연을 보러 다녔습니다.

이 좋은 걸 혼자 볼 수는 없어서 친구들을 공연장에 끌고 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한 기사를 읽게 됐습니다.

청각장애인 배우가 중심이 되는 뮤지컬 극단 Deaf West Broadway의 무대를 소개하는 글이었어요.

수어, 농인 배우, 보이스 액터가 한 배역을 함께 표현하는 장면은

제가 가지고 있던 장애예술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뮤지컬 공연 장면 — 무대 앞에 마주 앉은 두 배우, 뒤로 앙상블
ⓒ더뮤지컬

동시에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청각장애인은 뮤지컬을 어떻게 볼 수 있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내가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던 공연이, 누군가에게는 선택지조차 없다는 것을.

그 사실은 제 안에서 오래, 깊게 파문을 남겼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공연도 장벽 없이 닿아야 한다.


이 다짐이 지금의 저를 여기까지 데려왔습니다.

2018년, 오롯 이라는 작은 동아리 활동이 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목표는 단순합니다. ‘누구나 당연하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배리어프리 자막을 영화, 드라마, 영상에 적용했고, 이제는 오프라인 공연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배리어프리가 필요한 곳은 여전히 많습니다.

손이 닿지 않는 영역이 훨씬 더 많고, 우리의 능력은 한정되어 있죠.

때로는 ‘이렇게 해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건 아닌가’ 싶은 순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하나하나의 시도를 거치며 사람과 시스템이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봅니다.

완벽한 방법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확신이 다음 걸음을 내딛게 합니다.

‘오롯’ 모자람 없이 온전하다.


인터뷰 카드(번호 5, 최인혜 대표 사진 포함) — 질문: "기술이 있어도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고도로 발달된 기술은 분명 '접근성'을 확장하지만 때로는 접근 가능해졌다고 '착각'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아요. 자막, 기기, 플랫폼
ⓒ아뜨달 인터뷰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누군가 ‘오롯’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해석하더군요.

온전함이라는 말은, 사실 결핍을 전제로 한 말 같다고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온전하게 만들고자 한다는 건

지금 어딘가가 비어 있고 부족하기 때문일 겁니다.

현실은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고,

시스템도, 인식도 여전히 부족합니다.

저 역시 오롯하지 않아서,

오롯해지기 위해 활동하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좋아하는 밴드 ‘9와 숫자들’의 앨범 <99%>에는 이런 문장이 있어요.

“99%는 100%가 결코 가질 수 없는 뜨거움과 환희를 품고 있다.

완벽에 가까움은 완벽보다 위대하고 의심의 여지없이 존재한다.”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완벽하게 모든 문제가 해결된 상태는 오지 않을 거예요.

온전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 사회는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이 미완의 상태가 곧 우리의 현실이자, 지금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최선인 거겠지요.

그 안에서 답을 찾고, 가능하게 하려는 시도가 계속될 때,

우리는 언젠가 더 온전한 세상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거라고 믿어요.

온전할 수 없더라도, 온전함을 향해 가는 과정.

그 불완전한 여정 위에서, 저는 오늘도 오롯이 서 있습니다.


이 사례처럼 우리 회사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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